[리뷰]마르쉐@씨앗밥상 Seed to table vol.13 ‘잎에서 뿌리까지’
마르쉐@ 농부가 키운 씨앗을 요리사가 요리하고
씨앗과 작물을 맛있게 먹는 지혜를 배우는
마르쉐@씨앗밥상 -seed to table-.
씨앗에서 밥상까지,
계절마다 다른 테마로 농부와 요리사가 만나
맛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지난 3월 연희동에서 진행된’잎에서 뿌리까지’ 의
즐거웠던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세요.
* 농가방문
씨앗밥상은 요리사와 함께 농부의 농장을 방문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로이든 쉐프와 경기 퇴촌의 베짱이 농부 농장을 방문했습니다. 농부님을 따라다니며 농법, 작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으니 미로같은 하우스 끝에 다달았습니다. 풀이 정글처럼 우거진 밭에서 농사 이야기를 듣고 다양한 채소들의 뿌리부터 잎, 꽃, 씨앗까지 맛을 보고 왔어요. 눈과 입과 손으로 느끼며 메뉴를 구상하는 요리사의 모습을 보며 마르쉐 친구들은 어떤 메뉴로 베짱이 농부님의 작물들이 어떻게 접시에 오를지 각자의 상상을 하며 돌아왔습니다.
* 작은채소가게
씨앗밥상 시작 전엔 작은채소가게가 함께 열립니다. 당일 씨앗밥상에 사용되는 채소를 포함하여 그날 농부님의 다양한 작물과 가공품을 만날수 있죠. 씨앗밥상 참여자는 물론이고 지역주민들도 농부님의 채소를 구입해가실 수 있습니다. 베짱이 농부님의 시그니처 루꼴라와 로즈마리를 비롯해 한련화, 비타민, 레디쉬 등 다양한 구성으로 작은채소가게가 꾸려졌습니다. 작은채소가게는 당일 프로그램 시작 전 2시간동안 열립니다.
* 씨앗밥상
저녁 7시, 한바탕 소란했던 작은채소가게를 마무리하며 본격적인 씨앗밥상이 펼쳐집니다. 13번째 씨앗밥상 주제인 ‘잎에서 뿌리까지’의 주인공인 류점렬 농부와 김로이든 요리사의 이야기를 기획자 김수향씨의 진행으로 듣습니다.
당일 나눈 이야기중 일부를 발최하여 들려드립니다.
요리사 김로이든
베짱이농부님과는 작년부터 수시로 농장에 다니면서 교류하려고 노력했어요. 농장에 가면 재미있어요. 베짱이 같지 않고, ‘혼자서 이렇게 많은걸 하시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농장에 굉장히 많은 게 있어요.
제가 하는 요리는 자연주의로, 소스의 맛이나 양념의 맛을 씌우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에 집중하는 요리예요. 저는 메뉴를 만든 후 시장에 가지 않아요. 농장에 가면 농부님이 그 때 어떤 게 맛있는지 말씀해 주시는데, 그 후에 메뉴를 만듭니다. 농부님이 주시는 걸 받아 운전하며 돌아오는 시간에 재료로 무슨 요리를 할지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메뉴를 고민하는 시간을 단축하기도 해요. 가게에서는 빨리 만들어야 하니까요. 지난주에도 농장에 갔고, 어제도 가서 오늘 쓸 꽃이나 잎 등을 받아왔어요.
어반팜테이블 (Urban Farm Table) 이라는 프로젝트는 3년 정도 됐고, 자리를 잡은 건 1년 정도 됐어요. 도시에서 즐기는 농장의 식탁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제 가게는 좋은 요리 공방을 지향해요. 가게 한쪽 벽은 전부 책이고 한쪽은 전부 도구예요. 책과 재료를 보면서 연구하면 제 것이 나오거든요. 요즘 가게에서 파우더를 만드는 취미가 생겼어요. 농부님도 직접 당근이나 비트 등의 채소를 말려서 허브 소금을 만들어 마르쉐@에서 판매까지 하세요. 농부와 요리사가 대화를 많이 하면 좋은 메뉴가 많이 나와요. 농부는 기른 것 중 어떤 것이 맛있는지 알고, 요리사는 어떻게 먹는 게 맛있는지 알죠.
베짱이농부님 밭의 매력은 직접 가 볼 때까지 몰라요. 밭에 가서 무념무상으로 농부님을 쫓아다니면 됩니다. 농부님 이야기를 들으면서 받아오면 차에 한가득이에요. 저는 충동구매를 많이 합니다. 농부님 농장에 가면 재미있어요. 한쪽에는 로즈마리가 가득하고 반대편에는 또 다른 게 가득하고… 이곳저곳 다니는 게 미로 같아요. 비타민, 청경채, 갓배추, 갓 등의 꽃들도 있어요. 소렐도 이렇게 큰 게 많이 없어요. 요즘 시장에 가면 예쁘고 작은 것만 있는데, 이렇게 큰 것도 매력적이에요.
제가 하는 요리는 저 혼자 요리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쨌든 재료를 주시는 농부가 반입니다. 농부가 없으면 요리사도 없어요. 요즘에는 한국에서도 요리사와 농부가 함께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요. 이런 분들을 많이 서포트해주세요. 우리나라는 유행에 민감하고 유행을 많이 타니까, 고객이 지지해주면 농부와 요리사가 함께하는 일이 더 많아질거예요. 서로 관계 맺으며 농부도 계속 농사를 짓고, 요리사도 영감을 받아서 계속 좋은 재료를 사용한 요리를 해 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베짱이농부 류점렬
베짱이농부라는 이름은 마르쉐@에서 지어준 거예요. 경기도 광주 퇴촌에서 농사를 지어요. 어르신들의 농법, 관행 농법과 최대한 접목해서 가장 이상적인 농사를 만드는 과정에 있어요.
마르쉐@가 열리지 않을 때 가장 속상합니다. 다른 곳에서는 설명이 힘듭니다. ‘이때가 가장 맛있습니다’ 라고 했을 때, ‘안 예쁘다’, ‘안 먹어 봤다’, ‘이거 먹어도 되냐’같은 질문이 많습니다. 30분정도 설명을 하면 그제야 맛을 보기 시작합니다. 인터넷에도 정보가 많지만, 포화상태고 어디까지 믿어야 할 정보인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8년째 농사를 하고 있는 이유는 드시는 분들이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다품종 소량 생산을 추구하진 않았어요. 마르쉐@에서 여러 소비자들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다품종 소량 농사를 지었죠. 실제로 2008년도에 많은 젊은 농부들이 농업을 포기했어요. 저도 방황하다 마르쉐@을 만났습니다. 대파, 루꼴라, 로메인 등 지금까지 300여 종 이상을 실험해봤습니다. 풀 때문에 수확량은 남들의 1/5정도지만 한번 맛 본 분들은 또 오셔서 찾죠. 특히 배추가 그랬어요. 배추를 사가신 분이 ‘세상에서 처음 먹어본 배추다, 어떻게 키웠냐’고 하셨어요.
가장자리에는 벌레가 좋아하는 작물을 기르고, 가운데에는 벌레가 싫어하는 작물을 길러요. 유도 농법으로 40%정도의 약을 줄일 수 있어요. 한 동당 3가지 이상의 작물을 농사지으면 벌레들이 줄어요. 벌레도 색을 보고 향을 맡고 각자 좋아하는 높이가 있어요. 개나리 필 때 감자 심고, 벚꽃 질 때 참깨를 심으면 농약을 쓰지 않고 키울 수 있어요. 꽃을 보면서 농사를 지으면 약을 많이 안 써도 돼요.
이 농법들의 공통점은 우리나라의 계절과 옛날 농법을 중시한다는 거예요. 농사를 지을 때 온도 때문에 많은 인건비와 자재비가 들어요. 그런데 24절기에 맞춰서 농사를 지으면 아주 많이 절약할 수 있어요. 그 밖에도 계속 연구중입니다.
수향
당근은 뿌리부터 잎부터 뿌리까지 전부 즐길 수 있어요. 마르쉐@에서는 잎 달린 당근을 구할 수 있지만 막상 사서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하시는 분들도 많으세요. 오일로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진한 오일을 만들려면 더 많은 잎을 써서 만드시면 됩니다. 어린 당근 잎은 샐러드로, 조금 억세진 당근 잎은 줄기와 함께 다져서 튀겨 드시는게 그 향을 제대로 느끼면서 가장 맛있게 드실 수 있는 방법입니다. 스프도 좋아요. 그리고 당근 페스토로 만들면 오래 보관할 수 있고 맛도 진해요. 말리지 않은 생 잎을 참기름에 볶아서 수분을 날린 후리가케는 밥과 아주 잘 어울려요.
** 씨앗밥상은 올해 5번 예정되어 있습니다. 앞으로의 씨앗밥상도 기대해주세요.
마르쉐@씨앗밥상
Seed to table vol.13 ‘잎에서 뿌리까지
주최 사단법인 농부시장 마르쉐
주관 마르쉐 친구들
후원 이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