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그릇 vol.4 후기] <우리가 농부로 살 수 있을까> 여행을 다녀와 농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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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점자들과 벗들이 많은 책을 세상에 내어 놓았습니다. 요리사와 농부 등 현장에서 자신의 손으로 작업을 이어가는 이들이 풀어놓은 맛있는 이야기를 <시장에서 맛보는 책 한그릇>에 담아 갑니다. 바야흐로 풀의 계절, 삶의 가장 푸르른 시간을 풀과 함께 농사짓는 삶을 선택한 <우리가 농부로 살 수 있을까> 종합재미농장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진행일: 2019. 04. 14.(일) 농부시장 마르쉐@혜화 <풀>
이야기손님: 종합재미농장 안정화, 김신범
기획진행 : 이보은 마르쉐친구들 (언덕)
삶의 대안을 찾아 떠난 유럽
언덕 : 오늘의 책은 다른 삶을 고민하며 떠난 젊은 부부의 농사여행기입니다. 이 책을 지으신 두분이 자기 소개를 해 주시면 좋겠어요.
신범: 2015년, 전 직장을 6년 정도 다녔을 때 휴식이 필요했어요. 마침 정화도 직장 계약이 끝난 때라, 휴식과 함께 여행을 계획하게 됐죠. 우리가 2년 정도 도시텃밭을 하며 농사에 관심 가져온 것을 잘 아는 친구가 덴마크의 유기농업 생태공동체, 해외 우프(WWOOF: 각 나라별 네트워크에 가입하면 원하는 유기농가를 방문해서 농사일을 돕고 숙식을 제공받을 수 있는 문화 교류 프로그램)등을 소개해주었고, 그렇게 2015년 봄부터 가을까지 7달동안 여행을 다녀왔어요.
처음에는 독일에서 한달동안 지내며 관심 가는 시민 공간과 텃밭, 깊은 숲을 찾아다녔어요. 덴마크에서는 유기농업 생태공동체에서 2달간 게스트로 머물렀고, 영국에서는 우프를 통해 4곳의 자급자족 농가에 머물렀어요. 여행에서 돌아와 지금은 양평군 개군면 자연리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농사를 배우고 있는 초보 시골생활자 부부입니다.
개인이 아닌 모두가 함께 대안을 만드는 곳, 덴마크 스반홀름
언덕 : 유럽의 유명한 생태공동체도 방문하셨어요. 가까이서 보니 지속가능해 보이던가요?
정화: 덴마크의 스반홀름 공동체는 유기농으로 농사지은 작물을 공동체 내부에서 같이 먹거나 판매하고, 친환경적인 삶을 위해 노력하는 공동체예요. 40년이 넘은 긴 역사를 가진 공동체죠. 공동체가 지속가능하기 위해 필요한 시스템을 함께 만들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공동주방에 남은 식재료와 빈 병이 쌓여있어 원하는 사람이 가져갈 수 있고, 풍력발전으로 공동체 자체 에너지를 충당하고, 근처 숲의 간벌목이나 태양열을 활용하여 에너지를 만드는 등… 자원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개인이 홀로 분투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큰 부담을 지지 않고도 지속가능한 삶에 기여할 수 있는 공동체의 시스템이 잘 만들어져 있었지요.
나아가 공동체의 미션을 계속 발전시키는 일에도 주력하고 있었어요. 2020년에는 풍력발전기를 하나 더 늘려 전기를 공동체 안에서 자급자족하겠다거나, 공용 자동차의 가솔린을 자급할 수 있도록 전기 자동차를 늘려 공동체 안에서의 에너지 순환을 이루겠다는 등의 장기적 목표를 세운 후 이를 공동주방에 게시하고 주기적으로 목표를 확인, 공유, 발전시키는 논의를 거듭하고 있었죠. 이렇게 시스템을 잘 만들어두면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생각도 시스템과 조화하여 발전해갈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신기했던 건 이 공동체가 회의에서 다수결이 아니라 만장일치 결정법을 따른다는 거예요. 오래 걸리더라도 반대자가 없을 때까지 계속 논의와 토론 과정을 거치며 결정을 하죠. 그만큼 소통이 중요하기 때문에 공동체 구성원은 덴마크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만 받는다고 해요.
언덕: 책을 읽으며 한 청년이 스반홀름에 돌아오면 맛있는 것을 맘껏 먹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한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정화 : 공동체 식당이 있어서 그렇지요. 스반홀름에 사는 사람들 개인 소득의 80%는 세금과 공동체에게 돌아가고, 나머지 20%만 개인이 써요. 그런데도 그 사람들의 얼굴이 굉장히 편안해보이더라고요. 이 공동체 생활에서는 돈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니란 느낌을 받았어요. 내가 돈을 적게 벌어도 지금 가진 것을 공동체와 공유하며 충분히 잘 살 수 있기 때문에, 아빠들이 일을 안하고 아이 육아를 전담하거나 오후 3-4시에 일찍 퇴근하고 돌아와 아이를 돌보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모습이 아이를 키우기에 정말 좋은 곳이라는 인상을 줬어요. 공동체 중앙 마당에서 늘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는데, 공동체 구성원을 비롯해 전 세계의 다양한 게스트들을 접하며 자라다보니 낯선 어른에 대한 경계도 거의 없더라고요.
그곳에서도 농사일이 쉽지는 않아요. 덴마크는 산이 별로 없고 평지가 많아 트랙터 등으로 대규모 기계농업을 많이 해요. 스반홀름에서 농사를 맡고 있는 마Mar는 “농부가 되고 싶은데, 공동체가 아닌 곳에서 농사지으면 하루종일 기계만 타고 다녀야 한다. 그렇게 살면 맨날 같은 남자밖에 못 보는데, 공동체에 들어오면 다양한 농업,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으니 여기 오게 됐다” 고 하더라고요. 덴마크 기준에서는 큰 것도 아니라고 하던데, 저희에게는 스반홀름 농지가 굉장히 큰 규모였어요. 보통 특별한 도구 없이 민트나 아스파라거스, 시금치를 맨손으로 꺾어 수확하는 일을 했는데, 수확한 시금치 30박스를 찬물에 씻으며 대규모 농업이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저와 신범에게 맞는 농사 규모를 생각해보게 됐죠.
나에게 맞는 단순한 삶을 찾아서, 영국 우프
언덕: 영국의 여러 소규모 농가에서도 머물렀잖아요. 그 이야기좀 들려주세요.
정화: 영국에서 우프를 하면서 이전에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볼 수 있었어요. 한번은 농장에서 캐러밴이 있다고 하길래, 저는 캐러밴에서 한번도 살아본 적이 없어 굉장히 설레고 두근거렸죠. 가보니 우리가 살 곳이라고 소개받은 나무 밑의 캐러밴은 굉장히 낡고 수도와 전기도 없는 것이었어요. 씻을 때는 생수통에 담아온 물로 세수하고, 밖에서 안 보이게 퇴비 포대를 끼워 세워둔 팔레트 부스에서 샤워를 했죠. 샤워 부스는 딱 제 가슴높이까지만 가려지는 구조였고요. 처음엔 ‘이게 뭘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죠.
신범: 저는 그런 환경들이, 어쩌면 여행중이었기 때문에 그저 재미난 순간으로 다가왔어요. 불편하긴 하지만 그런 환경 안에서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을 고안하고 만들어내기도 하며 쉽게 적응할 수 있었죠. 다만 정화는 기본적인 것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 대한 어려움을 저보다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정화: 우리가 단순한 삶에 대해 많이 이야기 하는데, 결국 개인이 생각하는 단순함이 다 달라요. 나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것이 무엇인지, 나는 무엇을 견디고 무엇을 못 견디는 사람인지 솔직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저는 제가 생각보다 인터넷에 많이 의존하고, 지붕이 있는 따뜻한 욕실이 있는 것이 아주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우프를 통해 링컨이라는 작은 소도시에 사는 제프와 힐러리를 만났는데, 이 두분이 우리에게 우프가 무엇인지 많이 알려주셨어요. 계속 친환경적으로 살고자 노력해온 70대 부부이기에 우리는 이분들에게 친환경적인 삶을 배워야겠다고만 생각했는데, 늘 “우리는 서로 배우는 것”이란 말을 하셨죠. 그분들도 요즘 젊은 사람들이 친환경적 삶을 살고 싶어하는 이유나, 어떤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는지, 한국은 어떤 나라인지 등등 우리로부터 많은 걸 배우고자 했어요. 그분들이 30년 가까이 빗물을 받아 쓰거나 태양광 발전기를 쓰는 등, 우리가 계속 고민했던 삶의 방식을 구현해온 모습을 보고 우리가 이렇게 살 수 있을지, 이렇게 살면 사람들은 유난하다고 하지 않을지 고민했던 마음에 용기를 얻었어요.
힐러리가 멋졌던 부분은, 쓰레기 관련해서 자기의 룰이 굉장히 분명하다는 거였어요. 마트에 갈 때도 늘 비닐봉지를 미리 챙기고, 마트 계산원이 불필요한 비닐봉지를 계속 새로 주려고 하면 비닐봉지가 바다로 가서 동물들에게 얼마나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 그 자리에서 이야기를 펼칠 정도로 신념과 실천이 분명하죠. 영국은 피쉬앤칩스가 유명한데, 계속 쌓이는 쓰레기 때문에 머지 않아 플라스틱앤칩스가 되어버릴 거라고 안타까워 하면서요.
키우는 재미, 맛보는 재미가 있는 종합재미농장
언덕: 돌아오셔서 농부가 되셨어요. 자연농법으로 짓는 농사는 풀농사라고도 불리죠. 인위적으로 투입하지 않고 자라는 풀을 그대로 땅으로 되돌리면서 풀과 함께 농사짓는 농부이기에 오늘, 마르쉐@혜화 ‘풀’장에 특별히 종합재미농장을 모셨어요.
신범: 예전부터 사람들과 소소하게 일 벌이는 걸 좋아했어요. 내가 재밌고, 너가 재밌고, 다양한 사람들이 재밌는 것을 서로 나누면 좋겠다는 마음에 종합재미상사라는 이름을 지어 활동했죠. 이제 시골에 와서 농사를 지으니 종합재미농장이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저희 농사가 다품종 소량생산이라 다양한 작물들이 커가는 재미, 맛보는 재미를 볼 수 있으니 잘 어울리는 이름이죠.
저희는 기존 농사와는 다르게 대형 기계로 밭을 갈지 않고,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농사의 최대 적이라 여겨지는 풀을 적으로 보지 않고 함께 키우는 자연농으로 지어요. 저희가 처음 접한 도시 텃밭이 친환경 농법을 실천하는 곳이었고, 여행하면서도 유기농가를 많이 봤고, 스반홀름에서 대규모 농업을 보며 힘든 점들을 직접 체험했기에 영국에서 본 작은 규모의 자급자족농사가 우리에게 잘 맞겠다고 생각했어요. 작은 규모라면 친환경적으로 할 수 있겠다고 봤죠. 그러던 중 자연농의 철학이 가장 마음에 와닿아서 그 방법으로 농사를 짓게 됐어요.
언덕 : 정화씨는 도시에서 살 때 나의 권리는 왜 소비를 통해서만 찾아질 수 있나 고민하기도 하셨죠. 농부의 삶을 선택하면서 삶의 패턴이 많이 바뀌셨을텐데, 지금은 어떠세요?
정화: 일상이 많이 바뀐 건 사실 신범 쪽이에요. 저는 지역에서 출퇴근 하는 삶을 살고 있어서 큰 변화는 없었지만, 대신 소비하는 것이 좀 바뀌었어요. 저희가 직접 밭에서 키워먹는 것이 많으니 야채를 사는 일이 많이 줄었죠. 서울에서 직장을 다닐 때와 여행을 다닐 때, 여행 다녀온 후를 비교하면 삶이 점차 변해온 것 같아요. 도시 텃밭을 시작했을 때부터 철에 맞춰 길러먹고, 아는 것을 해먹는 것 대신 자라는 것에 맞춰 해먹는 법을 익히고 있어요.
신범: 농사를 짓다보니 날씨에 굉장히 민감해졌어요. 달력에 쓰여있지만 쳐다보지도 않았던 절기를 이제는 열심히 공부해서 농사 때를 배우고 있어요. 저도 출근을 하는데, 농사를 지으니까 문밖에 나가면 바로 출근이 되는 탄소제로의 출근이죠. 도시에선 차 없이 지냈는데 시골에서는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우니 차를 사게 됐고, 이렇게 의도치 않은 에너지를 쓰는 점이 부담되기도 해요. 집을 빌려 쓰다보니 태양광시설이나 다양한 에너지 전환 방식을 시도하지 못하기도 하고요. 에너지, 난방 등에서는 이전에 안 쓰던 것을 쓰게 되는 부분도 생기더라구요.
정화: 지역에 내려갈 준비를 하면서 귀농학교도 다니고, 농부님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레 겁을 먹거나 상상이 과했던 부분도 있었어요. 도시에선 농촌의 단편적인 부분만 주로 보이니까요. 실제 내려와서는 경제적인 부분이 많은 변화로 다가와요. 올해가 내려온 지 3년차고, 아직 마을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는 않아서 농촌에 완전히 녹아들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저희 주변에 계시는 분들과 인사 나누고, 신범이 차 타고 나갈때 할머니들 계시면 태워다드리며 낯을 익히는 단계죠. 지역에 내려가서 농사로 바로 먹고살기가 어려우니 직업을 구해야 했는데, 그 부분이 좀 어려웠어요. 일은 있지만 제가 원하는 일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서요. 저는 사회적기업, 농사, 식물 관련 일을 하고 싶었는데 그런 일을 찾다보니 더 어려웠죠.
여행에서 만난 채소의 새로운 맛, 처트니
언덕: 오늘 준비해주신 음식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정화: 영국 할머니들이 집에서 만들어 드시는 것이 너무 맛있어서 일기장에 적어온 레시피로 만든 처트니예요. 저희가 만든 3가지 처트니와 함께 종합재미농장에서 나온 민들레와 쑥, 씀바귀 등을 뜯어 만든 봄풀 샐러드를 준비했어요.
저희 밭에서 나온 토마토와 근처 농부님의 토마토로 만든 토마토 처트니, 밭에서 난 가지로 만든 가지 처트니, 마르쉐에 출점하는 자연애플농장의 사과로 만든 사과 처트니 이렇게 세가지예요. 처트니는 과일이나 채소를 잘게 썰어 식초, 설탕, 향신료를 넣어 끓인 것이고, 원래는 인도에서 유래한 소스예요. 이 처트니가 영국으로 넘어가며 잼 문화와 이어진 것 같아요.
언덕: 작년 가을에 가져오신 고구마 줄기 처트니를 맛보고 두 번 놀랐어요. 고구마 줄기로 처트니를 만든다는 것에 한번 놀라고, 그게 참 맛있다는 것에 두 번 놀랐죠. 버려질 수도 있는 모든 작물을 활용할 수 있는 놀라운 먹거리가 처트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범: 영국에 가기 전까지는 처트니를 전혀 몰랐어요. 영국에서 샌드위치를 먹을 때 같이 주셔서 처음 맛봤을 때도, 굉장히 새로운 맛이라 저는 잘 안 먹었었어요. 그런데 며칠 먹다보니 처트니가 채소와 어우러지는 맛이 느껴지더라고요. 저희가 만드는 방식은 재료가 다르기 때문에 영국에서의 맛과는 조금 다를 거예요.
정화: 저희는 양파와 딜 씨앗 등 여러가지 향신료를 함께 넣어 만들어요. 함께 준비한 빵은 마르쉐에 출점하는 더벨로 팀의 통밀빵이에요. 처트니의 새콤한 맛이 빵과 잘 어울려서, 저희는 주로 빵에 잼처럼 발라 먹어요. 기름기 있는 음식과 같이 드셔도 맛있구요. 그릴에 구운 호박이나 가지에 곁들여 먹어도 굉장히 맛있어요.
언덕: 직접 만든 처트니를 마르쉐에서 판매하고 계신데, 단순 농부가 아니라 가공·생산을 함께하는 소규모 농가로서 겪는 어려운 점이 많을 것 같아요. 여행하며 여러 농가와 파머스마켓을 보시면서, 한국과 비교했을 때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정화: 저희는 규모가 정말 작기 때문에, 처음에는 농가 가공 관련 시스템을 잘 몰랐어요. 그저 저희가 먹었을 때 맛있는 걸, 저희 먹는 것보다 훨씬 더 신경써서 만든 걸 판매했죠. 법적인 허가 시스템 안에 들어가려면 가공실 등이 갖춰져야 하는데, 알아보니 농업기술센터 등을 통해서 가공을 한다고 해도 1회당 최소 30kg~100kg 가공하는 농가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는 2~3kg 만들어 마르쉐에 파는 정도이니 그렇게 대량으로 만들면 보관 등이 감당이 안되죠. 식품위생법이 식품의 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인만큼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 규모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기준이 많아 소규모 농가로서는 진입이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해외에서는 커뮤니티 키친이 있어서 그 곳에서 만든 것은 그 지역 파머스마켓에서 파는 것이 허용되는 제도 등을 통해 소농의 자립과 지역 마켓을 활성화하고 있더라고요.
우리의 일상이 당신의 일상과 만나기를
언덕: 마지막으로 두분이 ‘앞으로의 농사와 삶’ 에 대해 갖고 계신 계획을 들려주세요.
신범: 지금은 밭농사만 하고 있는데, 정화는 쌀밥을 좋아하고 저는 쌀막걸리를 아주 좋아하기 떄문에 빠른 시일안에 벼농사를 시작하고 싶어요. 거창한 꿈은 사실 없고, 다만 우리가 납득할 수 있는 삶을 살면 좋겠어요.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어려워도 하나씩 고민하고 변화를 실천해보는 재미를 느끼며 계속 살아가고 싶습니다.
정화: 계속 꿈을 꾸며 살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꿈을 꾸고, 꿈을 이루기 위해 살고 있어요. 우리는 시골로 내려가고 싶다는 꿈은 이뤘으니까, 처음에는 내가 꿈을 이뤘는데 이게 왜 이렇게 힘들지라는 생각도 했었어요. 퇴근하고 와서 다시 밭일을 할 때는 몸이 피곤하고 힘들 때도 있지만, 불행하지는 않아요. 이런식으로 내가 선택한 것을 하고, 계속해서 하고싶은 게 생기고, 그걸 해보고, 꿈꾸면서 살고 싶어요.
언덕: 농부는 보통 작물을 키우는 일만 한다고 생각하는데, 일본에서 만난 농부님은 본인 명함에 ‘백성’이라고 쓰셨더라구요. 백성의 뜻을 들여다보면 일백 백, 성씨성을 쓰는데 농부는 백가지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백성으로 불렸다네요.
두 부부가 귀촌한 사례를 보면 꼭 전업농사를 짓지 않아도 다양한 방식으로 농업, 지역과 연결되는 삶을 살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어서, 앞으로도 농촌에서 몇가지 직업을 더 만들어내며 살아가시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도 이미 세계 각국에 오는 우프 게스트와 많은 이들에게 풀농사의 경험을 나눠주고, 토종씨앗을 이어가는 일도 하고, 맛있는 처트니를 통해 도시 소비자에게 농촌의 삶을 맛보여주는 일도 하고 있죠.
책에 “우리의 일상이 당신의 일상과 만나기를. 그리하여 또 다른 삶에 대한 상상력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이 쓰여있어요. 앞으로도 그런 상상력을 서로 주고받으며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부는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유럽 여행을 즐긴다. 환경대국 독일을 시작으로 덴마크의 스반홀름 공동체를 방문한 뒤 영국에서는 유기농 농가를 방문해 농사일을 돕고 숙식을 제공받는 교류 프로그램인 우프(WWOOF)를 체험한다. 이들은 유명한 관광지엔 관심도 없고 숲이나 공원, 잔디밭처럼 자연이 있는 곳이라면 발바닥에 땀나도록 찾아다닌다. 주민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관찰하기 위해 작은 동네 시장, 가게, 지역 모임을 찾아가고 그들과 직접 살아보기까지 한다. 유럽 농부들의 일상에 직접 뛰어들어 생활하면서 자신들의 미래를 가늠해본다.
종합재미상사 글_안정화 사진_김신범
삶을 재미있게 하는 모든 것을 취급하는 가상의 회사다.
사람들을 만나고 모임을 만들길 좋아하는 신범과 재미난 강의나 워크숍을 찾아다니길 좋아하는 정화가 함께 꾸려가고 있다. 생계나 소득과는 관련 없지만 유쾌하고 소소한 활동들을 찾아내 사람들에게 알리고 또 새롭게 만들어보기도 한다.
현재 경기도 양평에서 작은 땅을 일구며 ‘종합재미농장’이라는 이름을 달고 살아가는 중이다. 농부 시장 마르쉐@에 출점하며 시장에 오고가는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 나누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출처 – 네이버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