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8일 마르쉐@혜화동 ‘꾸러미’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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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고상석)

 

 

– 마르쉐친구들이 쓰는 마르쉐@혜화동 후기

6월 마르쉐@혜화동를 마치며

 

“마르쉐@는 날씨가 자원봉사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마르쉐의 열성적인 출점자이기도 했고 자원활동가이기도 한 브랜드마켓터 한지인씨의 말입니다.

딱 그런 날씨였습니다. 오랜 무더위 끝에 소나기 구름들이 공원에 포근하게 내려앉은 그런 날씨. 마르쉐 다음날부터 일중일 내내 소나기에 우박 대기불안정이 이어졌으니 이번엔 정말 딱 날씨가 자원봉사를 제대로 했습니다.

덕분에 시장은 초여름의 생기로 가득, 평화로웠습니다.

 

# 마르쉐@꾸러미

 

이달에 가장 큰 고민은 꾸러미였습니다.

농가와 손님이 계약관계에서 정기적으로 농산물을 구매하는 꾸러미는 농가가 가격과 품목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고 농가의 자립과 리스크를 소비가자 함께 책임지고 있어 농가가 안심하고 생산을 지속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가장 적극적인 로컬푸드로 마르쉐@같은 농부시장 만큼이나 중요한 영역이지만 아직 관심이 부족한 곳이기도 합니다.

 

마르쉐@는 용기를 내어 다양한 꾸러미를 한자리에 모으는 시도를 했습니다. 꾸러미에 참여하려면 소비자들이  개별 꾸러미의 특징을 이해하고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꾸러미를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농가와 소비자의 만남을 돕기위해  꾸러미 장터를 기획했습니다.

꾸러미장을 위해 마르쉐가 정식 장이 운영되면서는 처음으로 보도자료라는 걸 냈는데 시장을 찾은 기자분들의 질문이 “꾸러미가 뭔가요? “ 우리가 정말 실험적인 일을 벌렸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습니다. 세상에 100여가지 꾸러미 유통조직이 생겨났지만 이렇게 꾸러미들이 모인 것은 처음이고 그 자체로 모험입니다. 생산자 여러분들도 마찬가지로 걱정이 되셨을 것입니다. 그래도 믿고 함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함께 해 주신 꾸러미에는 언니네 텃밭과 같은 역사와 전통이 있는 꾸러미도 있고 꽃비원과 같은 막 시작된 농가의 작은 꾸러미도  있었습니다. 횡성 공동체농업지원센타의 소송농가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산골나루 꾸러미, 강진여성귀농자들이 마을과 함께 가꾸는 가배울꾸러미, 우이동에서 농사짓는 엄마들의 도시농부꾸러미 순수, 자연농업6농가가 함께 만들어가는 홍성자연농꾸러미, 주한외국인들과 농가를 연결하는 같이GACHI CSA.

제마다 성격도 다르고 구성도 다른 꾸러미들이라니… 불과 8개 꾸러미가 모여도 이렇게 다르다면 꾸러미들이 앞으로 만들어갈 먹거리 세상은 얼마나 풍요롭고 즐거울까요..

새로운 가능성과 기대를 갖게 되었습니다.

 

물론 언론보도는 실망스러웠습니다. 꾸러미를 그렇게 강조했건만 KBS 9시뉴스, 한겨레, 연합, 국민, 뉴시스, 동아, 세계일보 등이 초여름의 정취가 가득한 마르쉐@의 풍경을 발신했네요.

다행스런 것은 마르쉐@ 주최그룹의 일원으로 미디어를 지원하고 있는 마리끌레르가 개별농가의 이야기를 예쁜 사진에 담아 발신해 주신다니 감사한 일입니다.

 

농부워크숍에서는 횡성공동체농업지원센터의 윤종상 선생님의 이야기마당이 이어졌습니다. 농부들께 제초제만 뿌리지 않은 작물이면 된다고 시작하지만 어느덧 모두 유기농사를 짓고 있더라는 말씀이 인상적이었어요.  꾸러미를 위해 두부 콩나물 공장을 만들고 등에를 자급사료로 이용하는 달걀생산 이야기도 재밌었습니다. 이런 분들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농촌, 새로운 마을에서 희망을 찾게 되더군요. 앞으로도 마르쉐@ 손님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꾸러미를 더 알리고 싶다는 뜻을 내어주셔서 저희도 정말 감사했답니다.

 

꾸러미 장터 때문에 처음 마르쉐@에 참여하신 생산자분들은 많이 낯서셨을 것 같습니다.  새벽부터 움직이시느라 힘드셨을텐데…다행히 함께 해 주신 꾸러미 농부님들이 많은 손님들에게 꾸러미를 소개할 수 있어  좋다고 말씀해 주시니 감사했습니다

 

# 공원에서의 마르쉐@

마로니에 공원에는 마르쉐@ 손님들이 아닌 많은 시민들도 계십니다. 우리는 시민 모두에게 즐거운 마르쉐@ 공간을 위해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작은 공연과 교육프로그램도 연결하고 아름다운 공원공간을 위해 각별한 노력을 해 왔습니다.  2012년 10월 개장이래 잔돈교환 건을 제외하고는 어떤 민원도 없었다는 것이 자랑이라면 자랑거리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5월부터 음악을 틀지 말아달라, 공연은 무대에서만 해 달라, 음식물 조리는 불쾌하다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하시는 시민 한분이 계셨습니다. 그 분의 말씀도 존중해야했기에 몇몇팀이 예술가의집 뒷마당으로 배치되고 공원안에서는 조리를 뺐습니다. 공연도 잠정 중단해 보았구요.

 

그래도 고민은 계속 됩니다. 공원의 공공성이란 무엇일까요?  쾌적하고 아름다운 휴식처로서의 기능도 중요합니다. 또 이를 넘어서 만남과 대화, 시민의 참여와 삶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공간으로서의 새로운 상상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도심 공원의 노숙자 문제는 감독자를 세워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공원이 삶의 에너지로 채워질 때 해결됩니다. 새로운 일터가 만들어질 수도 있겠지요.

  최근 독일에서는 시민공원이라는 말 대신 공원시민이라는 말이 유행이랍니다. 베를린의 금싸라기 땅 템펠호프 공항부지에 정부는 고급 주택가를 지으려 했는데 시민들이 몰려나와 공원으로 용도를 지정해 버리고 이곳에 공원의 일부는 벌써 텃밭을 조성했다네요. 독일의 공원을 점유하고 있는 젊은 세대는 더 이상 조경가들이 예쁘게 꾸며주는 공원이 아니라 자유로운 행위가 이루어지는 공원을 원하고 있답니다.  공원시민이 가는 곳이 공원이라고 생각하는거죠.

  도시의 파머스마켓의 공적가치를 인정하고 공간을 내어주는 사회적 논의도 필요합니다. 문화재공간까지 내어주며 농부시장을 여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캐나다 오타와시에서는 100년이 넘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실내 아이스하키 구장에 농부시장을 열어서 여행자들의 시장방문을 유도합니다. 영국의 세익스피어의 도시 Stratford upon Avon도 도시의 유서깊은 랜드마크에서 시장을 엽니다. 도시의 역사화 문화에 맛과 삶을 더하는 적극적인 정책이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사회적 합의가  가능해지는 날이 하루빨리 올 수 있길 기대합니다.   이런 날을 위해 마르쉐@ 식구들은  마로니에 공원의 공원시민으로 역할을 더 열심히 해 가야겠지요.


# 그리고 드는 마르쉐@ 여러가지 생각들  

 

  이번 마르쉐에도 몇몇 먹거리에 줄이 길었습니다.  TV에서 유명하신 한 요리연국가의 모습을 긴 줄 속에서 보면서 마르쉐@의 먹거리가 참 많이 유명해졌나 싶은 생각도 들고 수십명의 긴 줄을 아랑곳 않고 재료 한가지 한가지를 설명하는 요리사의 모습을 보면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이런 마르쉐@ 스러움이 사랑스런 시장이 계속되면 좋겠습니다.

 

여전히 농부들의 먹거리를 완판하는 것이 쉽지 않은 시장. 홍성자연농 농부들이 토종팥과 유기설탕을 이용해서 정성껏 만들어온 빙수용 팥잼을 그냥 돌려보낼 수 없어 원가 이하의 판매를 해야하는 미안한 상황도 있었습니다. 농부들의 채소를 1000원 2000원에 나눔하면서 농부들이 생각하는 가격을 보장할 수 있는 시장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할까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마르쉐@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농부시장입니니다.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고 또 생각해 보게 됩니다.

 

 당혹스런 일도 있었습니다. 좋은 먹거리를 정성스럽게 만들어오시던 생산자께서 여름철 소비가 너무 한계가 있어서 집에서 만들어 드시던 새로운 음식을 준비하셨더라구요. 엄마레시피라는 많은 장점이 있었겠지만 시판재료 중심이라 마르쉐@성격에 맞지 않는다는 말씀을 드려야 했습니다.

마르쉐@는 오가닉마켓도 NON-GMO마켓도 아니지만 출점자들의 자기책임하에 엄격한 자기기준을 가지고 나오는 건강한 먹거리가 가득한 시장입니다. 하지만 그 기준이 생산자마다 다릅니다.  양념은 시중에서 나오는 100% 양조간장 양조식초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는가하면 천연발효초나 집장,  생산자를 확인할 수 있는 오가닉한 재료만을 고집하는 생산자도 있습니다. 물론 자연농, 토종재료 등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갖가지 진귀한 재료가 사용되는 유일한 시장도 마르쉐@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르쉐친구들은 어떤 획일적인 기준을 제시하기 보다는 다양한 것들이 서로 만나서 더 좋은 것들을 주고받으며 함께 천천히 변화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그리고 그 가능성을 충분히 보아 왔습니다. 지난 2년간 우리가 깨달은 것은 좋은 것은  맛이 좋다는 것이고 그 믿음으로 천천히 가려구요.  마르쉐@ 시장에서 수입유기농밀가루를 사용하는 요리사가 토종 앉은뱅이밀을 사용하고 발효종을 선택하는 그런 진화가 계속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변화를 위해 애쓰는 서로를 위해 더 열심히 대화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특별히  마르쉐@ 뒤풀이 마당이 이런 변화를 함께 만들어내는 자리가 될 수 있길 기대합니다.

 

# 고마운 이들과 기억할 수고들

 

이번 마르쉐서는 마르쉐친구들과 사진담당 고상석님, 노네입노샵의 4명의 디자이너와 휴엔터네인먼트의 두명의 스태프들이 모두 안전한 시장이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하루를 보냈습니다. 스티커를 각자의 개성대로  붙이며 기꺼이 함께 해준 마르쉐 가족들 고맙습니다.^^ 스티커만 붙인게 아니라 소방안전메뉴얼도 함께 공부하고요. 마르쉐@가 모두에게 안전한 시장이 되도록 앞으로도  더 노력하려구요.

 

이번 마르쉐@에서 또 하나의 변화, 긴급하게 바구니키트 30개가 추가 제작되었습니다. 바쁜 일정중에서 노네임노샵이 애써 주셨구요. 덕분에 요리팀도 바구니를 이용하는데 부담이 많이 줄었습니다.

 

이번 마르쉐@의 뒷풀이는 소박했습니다.

남은 음식이 좀 적어서 였을까요? 아빠맘두부가 두부를, 데미타스가 수박을, 팜구루가 고춧잎과 마요네이즈를, 쿠치나소리조가 루콜라쥬스를, 차마시는 사회가 아이스녹차를, 이랑이 복숭아 와인을 나누어 주셔서 함께 맛있게 먹었습니다. 또한 한성별식에서 양념을 빼먹고 오셔서 판매하지 못한 나물떡볶기, 인텔릴겐챠 식구들이 양념을 보태어 주셔서 자원봉사자들의 간식으로 잘 사용했습니다. 마르쉐@농부워크숍에서는 횡성 우리텃밭 꾸러미 를 위해 마을 할머니들이 만드신 쑥떡을 손님들에게 나눠주셨고요.

모두 고맙습니다.

 

여성환경연대가 지난 4월부터 공원내 다목적홀에서 살림워크숍 진행해 주시는데 이번에도 20여명의 참가자들이 자신만의 수저집을 만드셨답니다. 마르쉐@혜화동 시장에서 자주 사용해 주시면 좋겠네요. 애쓴 여성환경연대 활동가 여러분 고맙습니다.

 

20명이 훌쩍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정말 아름다운 자원활동 해 주셨어요. 특히 다음 마르쉐때는 설거지 공간을 넓혀서 더욱 즐거운 공간을 만들겠습니다.

무더위에 모두 건강하시구요. 7월 시장에서 뵙겠습니다.

우리 모두 같은 곳으로 가는 사람들…

그러니 천천히 가요.

 

-Carlo petrini

 

6월 16일 마르쉐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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