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지 vol.2> 봉금의 뜰, 지금 가장 맛있는 6월의 채소 _4/4
채소지
채소를 알고 기록하는 곳
똑같은 채소라도, 농부마다 수많은 채소의 맛이 있습니다.
채소지에는 채소를 키우는 농부의 삶과 농사 이야기를 담습니다.
흙과 풀과 벌레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가,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하나의 숲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집니다.
그곳에, 그 숲에서 자라나 지금 가장 맛있는 채소가 있습니다.
그 농부만의 특별한 채소 맛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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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돌보는 농사, 봉금의 뜰
네 번째 이야기
6월, 봉금의 뜰이 전하는 지금 가장 맛있는 채소
오월말 유월초에 가장 맛있고 꼭 먹어야할 것은 완두콩! 완두콩은 제가 정말 좋아해서 밭 여기 저기 많이 심는데, 올해 세가지 심었어요. 붉은꽃완두, 노랑완두, 일반적인 푸른 콩 완두. 붉은꽃완두는 삶으면 색이 다르고 껍질이 반투명하면서 콩빛이 보여요. 껍질까지 먹어도 쫄깃하고 맛있어서 제가 자랑하는 콩이죠. 작년에 가지 키웠던 자리에서 가지를 수확한 후 줄기를 거두지 않고 놔뒀다가, 줄기를 지줏대 삼아 완두콩을 그 아래 심었어요. 너무 예쁘게 잘 자라고 있죠.
제가 워낙 완두를 좋아해요. 줄기도 잎도 콩도 모두 그 자체로 예쁘기도 하고, 제 완두는 마을 청년들도 모두 기대할만큼 맛있어서 동네 친구들한테도 많이 나눠주고 있어요. 완두콩밥, 카레를 해먹거나 그대로 샐러드에 뿌려먹어도 예쁘고 맛있어요. 콩이 조금 덜 여물었을 때 껍질까지 먹는 것도 맛있더라고요. 김단 셰프님은 아예 콩이 생길락말락할 때 껍질째로 요리하기도 하고요. 요리의 세계가 정말 신비해요.
완두콩은 연중 가장 먼저 나오는 콩이기도 해요. 겨울 끝 초봄에 땅이 풀릴 즈음 한 해 농사를 시작하며 심는 작물이에요. 연작 피해가 심해 보통 한번 심으면 4년 후에 심는 주기로 돌려심지요. 완두 심는 시기가 너무 일러서 때를 잘 못 맞추겠다면, 겨울에 땅 얼기 전에 미리 땅에 넣어두어도 돼요. 그렇게 땅에 넣어두면 때가 됐을 때 스스로 나오거든요. 동네 사람들이 제 밭을 보면서 저 씨앗들 다 땅속에 얼려서 어떡할거냐고 말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심어둔 것들이 신기하게도 땅이 풀리자마자 다 나오더라고요.
6월의 채소로 햇마늘도 빼놓을 수 없죠! 마늘은 한지형 마늘을 주로 심어요. 깻잎, 고수, 바질을 넣어 만드는 제 페스토에도 마늘이 많이 들어가요. 페스토는 파스타나 샐러드에 넣어 먹으면 맛있고, 마늘은 장아찌로 담가먹어도 맛있어요. 마늘은 정말 생산율이 떨어지는 작물 중 하나예요. 한접 심으면 네접 나오니 작은 씨앗 하나 심어서 10배, 20배 넘게 나오는 채소들에 비해 생산율은 정말 낮죠. 그래도 심고나서 별로 손 가는 거 없이 잊어버리고 있어도 되는 작물이니까, 너른 밭을 채워야 할때 심어두기도 해요. 보통은 밭을 작물로 다 채워야 액비나 거름을 주니까요. 밭을 못채우면 뒤에 일이 다 밀려서 신경쓰이거든요.
제 마늘은 이제 제법 인기 있어요. 우리 마늘이 작으면서 단단하다고 꼭 먹고싶어하는 분들이 계셔서 마늘은 지역의 몇몇 개인과 직거래로 계약재배하고 있어요. 고춧가루, 마늘, 참기름은 꼭 제 걸로 보내달라는 분들이 계셔서 그렇게 팔고 있어요. 제 자랑이죠. 그렇게 파는 농산물은 제값을 받고 그만큼 덤을 또 드리죠. 그분들과 종종 선물도 나누고요. 그런 관계가 참 좋아요. 제가 농사짓는 걸 오며가며 늘 보는 분들이니까 믿고 사시는 거지요.
채소지 vol.2 마을 안에서 삶을 일구는 농부, 봉금의 뜰
첫 번째 이야기 : http://www.marcheat.net/chesoji2-01/
두 번째 이야기 : http://www.marcheat.net/chesoji2-02/
세 번째 이야기 : http://www.marcheat.net/chesoji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