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2014년 5월 11일 마르쉐@혜화 ‘어린이’
2014년 5월 마르쉐@혜화동 ‘어린이’ 후기
<5월 마르쉐@혜화동이 열리기까지>
4월달 마르쉐@혜화동 직후에 발생한 세월호 사고.
충격과 슬픔 속, 5월 마르쉐@ 시장 개최를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준비하는 힘이 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어요.
수많은 행사들이 취소되는 가운데 마르쉐@ 개최에 대한 논의를 했고,
우리의 결론은 ‘시장을 열자, 열어야 한다’ 였습니다.
시장은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사고 팔기 위해 동네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입니다.
사람이 만나고 이야기하고 서로 교환하는 시장, 그것은 마르쉐@의 테마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슬프고 힘든 일이 있어도 생활은 이어져야 하고,
우리는 숨이 다할 때까지 먹고 마시고 만나고 이야기하고 삶을 이어가야 합니다.
그럴 때 일수록 잘 먹고 서로의 존재를 열심히 확인하고 힘을 얻어야 버틸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5월 11일, 그렇게 마르쉐@혜화동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참, 3일 전 일기예보는 전국적인 비.
마르쉐@ 개최 기준인 10mm를 넘는 강수량이 예보되어 있어서 장터는 휴장을 하고 준비한 농산물과 음식을 소진해야만 하는 팀들이 함께 하는 작은 ‘나눔장’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장터가 열리기 이틀 전, 마르쉐@ 당일 늦은 오후부터 비가 온다고 일기예보가 급변하였네요.
비 오기 전 햇빛도 많지 않고 날도 덥지 않는 그야말로 마르쉐@ 열기 좋은 날씨, 다시 장터 준비를 서둘러 시작하였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개최된 5월의 마르쉐@혜화동은 오히려 구름 낀 하늘이 뜨거운 해를 가려준 덕분에 많은 방문객들이 편안하게 장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맛있게 드시고 가셨어요.
감사하게도 오후 3시, 마르쉐@ 폐장시간을 기다린 듯 작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마르쉐@어린이>
5월 마르쉐@혜화동 주제는 ‘어린이’. 어린이와 동행한 많은 손님들이 찾아주시고 어린이와 함께 심기 좋은 모종, 어린이들에게 안심해서 먹일 수 있는 과일이나 채소, 어린이 주제로 꾸며진 아기자기한 요리와 간식, 수공예품… 마르쉐@출점팀들이 정성껏 준비한 생산물을 장바구니에 담아가셨어요.
마르쉐@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출점팀과 손님들 사이에 이어지는 대화를 위해, 일회용품을 가급적 피하는 그릇대여 ‘리유스 시스템’을 운영하고 되어 있는데요, 용기를 들고 오신 손님들에게 출점팀들이 혜택을 드리게 되면서 장바구니는 물론, 텀블러나 개인식기를 들고 다니는 모습이 마르쉐@의 일상적 풍경이 되어 갑니다.
이날 마르쉐@혜화동이 열리는 마로니에 공원에는 어린이들이 뛰어 노는 모습이 부쩍 눈에 많이 띄었는데요, 도시락통을 내밀며 음식을 담아가고 장터 곳곳에 비치된 물자리에서 텀블러를 씻는 귀여운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즐거워지는 하루였습니다.
오후에는 ‘노래하는 삼군’의 공연에 이어, ‘농부 워크숍’에서는 장흥 ‘예~말이오’팀 허인숙님께서 천년 역사를 자랑하는 돈차(청태전)를 소개해주셨고요, 귀여운 엽전 모양의 깊고 부드러운 돈차 맛을 마르쉐@를 찾아주신 많은 분들에게 나누어 주셨습니다. 아직 모르시는 분도 많지만 마르쉐@혜화동이 열리는 날, 마로니에 공원 다목적홀에서는 여성환경연대와 함께 하는 마르쉐@살림워크샵이 진행되고 있어요. 5월의 주제는 친환경 세제 만들기였습니다.
<마르쉐@뒷풀이>
마르쉐@에서는 장터 정리가 끝난 후에 출점팀과 자원활동가들이 모여 소소한 뒷풀이가 열립니다.
뒷풀이 자리에서 함께 나누는 생각이나 의견들을 모아 다음 마르쉐@에 반영하면서 조금씩 발전시켜 나가는 방식으로 마르쉐@는 운영이 되어왔습니다.
마르쉐@뒷풀이에 빠질 수 없는 건 역시 먹거리! 50명 가까운 출점팀과 자원활동가들이 함께 한 이날은 유독 많은 먹거리, 마실거리가 모여 푸짐한 뒷풀이 자리가 되었답니다.
-달버거의 스몰버거, 아빠맘두부의 두부&콩국, 아라리오의 강냉이 범벅, 생명가득한 농장의 꽃샐러드, 인텔리겐치아 샐러드 파스타, 쿠치나쏘리죠 파스타, 땡스베리팜 텃밭샐러드&오미자레몬에이드, 차마시는 사회 녹차라테, 팜구루 매실와인, 카페잇 쿠키-
먹거리와 마실거리 나눔해 주신 출점팀들 감사합니다.
또한 이날은 마르쉐@에서 모여진 지속가능기금으로 마르쉐@ 출점팀 가족 어린이들에게 작은 선물을 마련했습니다. 스윗스튜디오 달디에게 주문한 예쁜 컵케익 20개가 어린이들이게 전달되었고요.
뒷풀이 자리는 남은 농산물이나 가공품을 서로 사고 파는 시간이기도 한데요, 판매하느라 장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출점팀들에게는 고마운 순간이기도 합니다.
지난달에는 손님이 늘어나 물건이 많이 부족했던 터라 5월엔 넉넉하게 준비한 채소, 먹거리들이 이번달에는 많이 남아서 마르쉐 시장에서 판매량을 가늠하는 것이 참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했습니다. 뒷풀이 시간에 팜그루 고종혁 농부께서 마르쉐의 대화하는 즐거움을 위해 시장의 규모, 판매하는 물품의 양을 좀 축소시키는 것이 어떤지 제안하셨는데 시장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함께 고민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출점하신 파파도터는 손님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즐거운 시장이었다고 하셨구요.
새로 출점한 농부팀 소개에 이어, 준비해 오는 농산물이나 요리의 양의 문제에 대한 고민 등 이야기들이 오고갔습니다.
마르쉐@에는 출점팀들이 일년에 한 번은 꼭 자원활동으로 참여하면서 마르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경험해 보기로 한 규칙이 있는데요, 이날은 6팀의 출점팀과 숙명여대환경봉사단 6명 그리고 일반 자원활동 참여자 5명, 총 19명의 자원활동가들이 모여 장터 세팅, 접수와 그릇대여 관리, 엄청난 양의 설거지, 쓰레기 분리 등을 담당해 주셨습니다. 특히 이번 마르쉐@부터는 숙명여대 환경봉사단 동아리 여러분이 참여하기 시작했어요. 뒷풀이에 함께 한 자원활동가들은 설거지가 힘들었지만 수고한다고 먹을 것을 챙겨다 주시는 출점팀이 많아 즐거웠고,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는 손님들의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고 합니다. 마르쉐@는 자원활동가들이 없으면 열릴 수 없는 시장입니다. 정말 감사하고 함께 하니 즐겁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사랑으로 열리는 마르쉐@혜화동! 5월의 마르쉐@혜화동은 다행히 아름다운 날씨 속에서 많은 이들이 모여 이야기하고 장을 보고 맛있게 먹고 다 함께 뒷정리하고 무사히 마무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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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6월 행사계획이 있으신가요/’
아이들과 다녀오고 싶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