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쉐@농가가공실험프로젝트] vol.1 봉금의 뜰x이수부 <깻잎아몬드페스토>
우리에게는 맛있는 채소와 멋진 친구가 있다.
마르쉐@농가가공실험프로젝트_vol.1
봉금의 뜰x이수부 깻잎아몬드페스토
작은 농부들의 농사 짓는 삶이 우리의 삶도 지속 가능하게 합니다. 한 계절에 많이 수확되거나 혹은 유통망의 규격에 맞지 않는 채소들에도 고스란히 담긴 농부의 정성을 살려 다른 형태로 저장하고 선보이는 것은 농부의 삶에 꼭 필요합니다. 그러나 작은 농가에서 직접 법적인 시설을 갖추고 전문적인 가공을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런 작은 농부들을 응원하기 위해 요리사들이 나섰습니다. 농부와 요리사가 함께 농가의 귀한 작물을 가공하여 조금 더 오래 다양한 맛으로 선보이는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요리사들이 일하는 공간에서 그만의 레시피와 손맛을 더해 만들어지는 먹거리는 더 많은 사람이 농가의 채소를 최상의 상태에서 새롭게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마르쉐는 이후로도 다양한 농부와 요리사들의 협업을 통해 우리의 밥상과 관계를 풍요롭게 가꾸어가려 합니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맛있는 채소와 멋진 친구들이 있습니다.
소규모 농가의 가공에 대한 마르쉐친구들의 고민은 농부시장을 시작할 때부터 함께 시작된 아주 오래된 과제였어요.
밭가에 잠깐 열린 앵두와 보리수의 맛을 전하고 싶어서 딱 그때만 맛볼 수 있는 제철 잼을 조금씩 만드는 아주 작은 농부들, 벌레가 먼저 맛을 보거나 크기가 규격과 다르거나 못생겨서 비품이 되는 농작물을 되살려 저장하고 나누는 작은 농부들의 가공품을 우리는 먹고 싶었으니까요.
농사와 함께 갈 수 밖에 없는 소소한 가공을 위해 큰 예산을 들여 가공 시설을 갖추고 법적인 조건들을 완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고민을 농부들과 함께 오래 나누어왔어요.
그래서 2019년 5월, 채소지 인터뷰를 위해 봉금의뜰 농장에 다녀온 후 이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연세 많은 어머니와 둘이서 농사를 이어가는 귀농 5년차의 봉금의뜰 김현숙 농부님의 주요 작물인 깻잎은 딱 손바닥 크기일 때만 납품이 가능하다고, 벌레 구멍 하나만 있어도 민원성 연락이 온다고 하시더라고요. 올해는 밭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일손이 더욱 모자란 상황이라, 뭔가 도움이 될 게 없을까 고민했던 그 다음날, 우리는 우연히 이수부 셰프님의 초대를 받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이야기는 자연스레 전날 다녀왔던 봉금의뜰 농장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지요. 이러한 소규모 농가의 가공을 안정된 공간과 연결하여 해보고 싶다는 마르쉐친구들의 제안을, 좋은 재료와 지속가능한 농부의 삶에 관심 갖고 있던 셰프님이 흔쾌히 수락하며 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다소 급히 시작된 이번 프로젝트는 이렇게, 맛있는 채소와 멋진 친구 덕분에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2주 남짓의 아주 짧은 시간, 이수부 셰프님의 시그니쳐였던 아몬드 페스토와 봉금의뜰 깻잎이 만나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실험이 진행되었습니다.
딱 100병을 실험적으로 만들어 보았고, 6/1 마르쉐 채소시장@성수에서 판매했어요.
셰프님이 자원활동으로 나서서 현장 판매를 돕고, 시식도 준비해주신 덕분에 깻잎 아몬드페스토는 토마토와 함께 먹으면 맛있다는 사실도 발견할 수 있었죠.
많이 짧은 시간 안에 진행된 프로젝트라서 이런 저런 과정의 아쉬움이 크게 남았지만, 오랜 고민만 해오던 것에서 한 발짝 나아가 이렇게 시작해보았다는 의미는 진하게 남았어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농부라서 도움을 준다는 것이 놀랍고 고맙다고 하신 농부님의 말씀도 마음에 남지만, 이러한 가공이 소농의 지속가능한 농업과 삶에 꼭 필요함을 확인한 것 또한 의미 있는 실험이었어요. 이번 실험을 통해 새로운 농부를 알고, 다른 농부들의 재료를 활용할 아이디어들이 샘솟는다는 셰프님의 말씀 또한 저희에게는 큰 힘이 되었어요.
앞으로도 우리는 더 잘 준비하고 더 진한 관계 안에서 멋진 친구들과 실험을 계속 해보려 합니다.
마르쉐@농가가공실험프로젝트_vol.1
봉금의 뜰x이수부 깻잎아몬드페스토
> 봉금의 뜰의 ‘깻잎’
“뒷면이 자색이고 향이 강하며 두꺼워 식감이 좋은 만추잎들깨 깻잎은 봉금의 뜰의 주요 농작물이에요. 농사는 해 뜰 때부터 일을 시작해서 해질 때 끝나는, 끝이 없는 일이지만 생명을 돌보는 일이니까 힘이 나요. 깻잎은 하루 일을 시작하는 새벽이 제일 깨어날 때인데, 이슬이 송송 맺히고 싱싱한 모습이 정말 아름다워요. 저는 아침에 이슬을 품고 스스로 깨어있는 깻잎을 손님들에게 보내고 싶어서, 힘들어도 새벽 이른 시간에 딴 깻잎을 보내죠. 사실 오후에 딴 깻잎과 맛이나 향이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런 걸 전하고 싶어요.
깻잎은 수확하는데 손이 많이 가서 시간이 오래 걸려요. 게다가 손바닥 크기 이상 크거나 벌레 구멍이 하나만 있어도 납품이 되지 않아요. 소비자들이 이런 예쁘지 않은 깻잎의 맛도 보셨으면 좋겠어요. 똑같이 향기롭고 맛있거든요!”
– 김현숙 농부
> 봉금의 뜰 김현숙 농부
http://bit.ly/bonggeumsgarden
양평군 양서면 부용리와 양수리의 들판에서 5년 차 농부 김현숙이 팔순의 노모와 그 또래의 이웃들 그리고 가톨릭농민회 두물머리 분회 농민들의 도움을 받으며 짓는 채소농장입니다. 농사의 반인 갈무리를 맡는 어머니 한봉금 농부에게서 농장의 이름을 따왔습니다.
농사를 지으며 화석연료를 가능한 한 덜 쓰려고 기계 경운, 화학비료와 약품 사용, 비닐 멀칭을 하지 않고 다품종 소량생산하고 있습니다. 생태화장실을 사용하고 닭을 길러 얻은 부산물을 비품 작물, 풀과 섞어 발효퇴비를 만들어 땅으로 돌려주며 순환하는 농법을 지향합니다.
> 미니멀리스트키친 이수부 셰프
www.instagram.com/leesooboo/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서 원테이블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농부시장 마르쉐@에 ‘미니멀리스트키친’으로 출점하고 있습니다.
음식은 땅에서 시작됩니다. 유한한 인생을 사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일은 땅을 물려받을 때보다 넘겨줄 때 아름답게 하는 것이라 믿기에 땅을 지키고 가꾸는 일을 하는 좋은 생산자는 늘 응원하고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어 봉금의 뜰 김현숙 농부님의 깻잎으로 페스토를 만들었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농업과 가공의 다리를 놓아 지속 가능하고 상생하는 식음 환경 마련에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봉금의 뜰x이수부 깻잎아몬드페스토’는 현재 판매 완료되었습니다!
농부의 친구, 멋진 셰프들과 함께 하는 다양한 농가 가공 실험 다음 버전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