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다양한 감자를 키우고 씨앗을 이어가는 ‘핑크세레스’ 농가방문기
푸른채소를 즐기는 봄이 지나고 땅의 힘을 머금은 열매채소를 만날 때가 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감자’ . 이번 농가행은 다양한 품종의 감자를 지키고 이어가는 ‘핑크세레스’와 함께 했습니다.
이어가는 씨앗의 다양한 확장을 기대하는 농가
감자는 전 세계적으로 3,000종 이상의 품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국에는 단 50여종 뿐입니다. 현재 핑크세레스에서는 12종을 키우고 이어가고 있는데요. 한국에서 널리 소비되는 보급종 수미감자의 경우에는 62년 미국 위스콘신대학에서 개량된 수미종 흰감자로, 키우기가 쉽고 저장성이 좋아 국내 감자 수확량의 80%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마르쉐@ 시장에서도 수미, 두백, 홍감자, 자영 등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감자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이어가고, 확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수미감자가 이어진지 50년이 지나가며 이제는 이 땅에 적응하고 토착화 되어 씨앗을 이어가는 농부들이 꽤 많아졌지만, 여전히 다른 품종의 감자들을 이어가는 농부들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우리 밥상의 즐거움과 동시에 생산성을 넘어 식량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감자를 키우는 농부들이 소중한 이유이죠.
이번에 함께 하게 된 ‘핑크세레스’의 이청강 농부님께서는 감자종자를 연구하던 투자가로 약 15년 정도 종자를 가지고 계시다가 관련 단체가 없어지며 더 이상 감자를 보호할 곳이 없자, 안타까운 마음에 5~6년 전부터 직접 감자농사를 하기 시작하셨다고 하는데요. 현재는 12종 중에서 고구, 홍감자, 보라, 청강을 주력으로 하고 계시며 구이, 썸머, 태복도 함께 재배하고 있다고 합니다. 수미, 두백, 남작, 대서 등 우리에게 익숙한 감자들은 아니나 새로운 모습의 감자를 소개하고 손님들과 나눌 수 있다는 기회에 기쁜 마음으로 농가행을 다녀왔습니다.
딸과 아버지가 함께 하는 가족농 ‘핑크세레스’
현재 ‘핑크세레스’는 딸 이미소 농부와 아버지 이청강 농부가 함께 일궈가고 있습니다. 디자인을 하고 브랜딩 관련 업무를 하던 미소씨는 열심히 감자를 이어오시면서도 힘들어 하던 아버지를 보며 그만하시면 어떠냐는 제안도 드렸었다는데요. 해외에서 열렸던 한 감자 관련 컨퍼런스에서 수 백 종의 감자 중 아버지의 감자가 손꼽혔던 일을 계기로 아버지가 짓는 농사에 관해 진지하게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시골로 내려와 아버지와 함께 농사 지으며 사람들에게 감자를 알리고 다양한 맛을 선보이는 자리를 만들어온 미소씨는 여전히 농가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보급종의 경우에는 국가지원을 받지만 다품종의 경우 찾는 손님도 많지 않을 뿐더러 지원마저 없기 때문입니다. 지역의 청년 농부들과 교류를 통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더 즐겁고 다양한 감자를 소개 시키기 위한 이런저런 노력 끝에 작년에는 드디어 감자를 모두 완판했다고도 하는데요. 딸과 아버지가 함께 농사지으며 이뤄낸 고된 결과에 응원을 보내고 싶을 따름입니다.
땅을 타고 주렁주렁 열린 감자밭에서 올려지는 흙빛, 붉은빛, 노란빛, 보라빛 색색의 감자를 보고 있으니 작게나마 수확의 기쁨이 무엇일까 상상해보게 됩니다. 작년 튼튼했던 감자를 겨우내 보관해두었다가 다시금 심어 열매를 보고 꽃을 보기까지 과정의 농부의 고단함과 즐거움도 떠올려봅니다. 씨앗에서 밥상에 올라오기까지 어떤 일과 관계들이 맺어지고 있을까요?
* 다음주는 ‘핑크세레스’가 키우는 다양한 감자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 2018년 7월 25일, 마르쉐@씨앗밥상 Seed to table vol.15 ‘감자’가 열립니다.
농부가 키운 씨앗을 요리사가 요리하고
씨앗과 작물을 맛있게 먹는 지혜를 배우는
마르쉐@씨앗밥상(seed to table)
씨앗에서 밥상까지,
계절마다 다른 주제로 농부와 요리사가 만나
맛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준비합니다.
마르쉐@씨앗밥상
Seed to table vol.15 ‘감자’
일시 : 2018년 7월 25일 19:00
농부 : 핑크세레스 이청강, 이미소 농부
요리 : 마하키친 신소영 셰프
장소 : 비나리(서대문구 연희로 160)
신청 : 7/12 링크오픈
장소협찬
비나리
후원
이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