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쉐@ 달걀 이야기2] 닭에게 이로우면 사람에게도 이롭다
사람들 사이에서 닭과 달걀 이야기가 끊이지 않습니다. 조류독감이 지나가니 살충제가 또 이슈입니다. 우리가 먹는 많은 닭들이 어떻게 사는지, 달걀을 어떻게 얻는지 알게 되니 이 시대에 태어난 닭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사실 닭 뿐만이 아니지요. 생산하는 손이 보이지 않게 되면서 먹거리는 점점 생명이 거세된 채로 밥상에 오르고, 감춰둔 문제들이 터지면 실체 없는 공포가 됩니다. 무엇을 먹어야 할지 불안할 때, 우리 가까이에서 열심히 농사를 짓고 생명을 짓는 농부님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마음 놓을 수 있는 것은 농과 멀어진 도시에서 사는 소비자로서 큰 혜택인것 같아요. 같은 마음으로 마르쉐@ 시장을 운영하는 ‘마르쉐친구들’은 달걀을 생산하는 농부님들을 떠올리며,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 걱정되고 궁금해서 무작정 전화를 드렸어요. 8월 25일 오후, 닭을 키워 달걀을 얻는 마르쉐@ 농부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내일학교농장 성미경 농부님의 이야기 입니다.
닭들에게 이로우면 사람에게도 이롭다.
마르쉐@ 달걀 이야기
내일학교농장 : 성미경 농부님
더 건강하게 닭들을 돌보아야겠다는 책임감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어요. 도저히 업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며칠 내내 농장에 전화가 빗발치고 있어요. 8월 15일 아침, 달걀에서 살충제가 검출됐다는 기사가 뜨고 동물위생시험소에서 검사를 위해 달걀을 가지러 온다고 전화가 왔어요. 내일학교달걀을 드시는 회원들로부터도 전화가 끊이질 않고요. 내일학교달걀은 살충제 달걀 검사 결과, ‘적합’ 판정을 받았어요. 작년 겨울부터 올 여름까지 계속되었던 조류독감에도 전화가 없었는데 이번 살충제 달걀은 파장이 컸어요.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 걱정이 대단해서 이번에 신규 정기회원 가입이 많이 늘었어요. 내일학교달걀이 잘 팔리는 것은 좋지만 한편으로 마음이 어두워져요. 살충제를 쓰지 않는 것이 당연한 건데, 검사확인증이 명문대 졸업장처럼 생사를 가름하는 증서가 된 현실에 우울해지고, 더 건강하게 닭들을 돌보아야겠다는 책임감도 들고요.
내일학교농장은 봉화의 깊은 산속 골짜기에 있어요. 맑은 공기와 물, 토양에서 닭들은 건강하게 자라고 있어요. 미세먼지와 자동차 매연이 없으며, 농약을 뿌린 농지도 없어요. 지천에 풀이 가득해서 아침마다 신선한 풀을 베어 먹여요. 닭들은 풀을 먹어야 면역기능이 좋아지고 소화와 대사도 잘하고, 달걀 맛도 좋아지거든요. 가까운 산에서 부엽토도 긁어와 사료에 섞거나 간식으로 먹이는데 부엽토는 유기물이 풍부하고 미생물이 많아서 닭들이 아주 좋아해요.
내일학교는 계사를 ‘닭살이장’이라고 불러요. 닭들이 병아리 때부터 노계 때까지 살아가는 공간이기도 하고, 닭들에게 이로운 사육환경을 만들자는 의미로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함께 지은 이름이에요. 닭살이장 안에서 닭들이 마음껏 흙목욕을 하고, 그 옆에 딸린 방목장에 나가서 햇볕을 쬐거나 땅을 파며 놀아요. 올 여름에 비가 많이 와서 닭이와 진드기가 많았다고 하는데 흙목욕을 해서 걱정은 없었어요. 방목장을 만들어 그 안에서 놀게 한 것은 닭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에요. 처음에 닭들을 완전히 계곡에 풀어놓아 키웠는데 멧돼지, 삵, 고양이, 황조롱이, 매가 닭을 잡아먹어 닭들이 놀라고 피해가 컸거든요.
내일학교농장 홈페이지에 실린, 닭들이 풀을 먹는 모습입니다.
마음껏 뛰놀며 행복하게 자란 닭
내일학교농장은 독립대안학교인 내일학교의 부설 농장이에요. 그래서 저희 학생들은 달걀만큼은 정말 원없이 건강하게 먹고 있고 농장의 수익은 내일학교를 후원하는데 쓰여요. 농장은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닭을 돌보고 키우며 생명에 대한 사랑을 키우고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주는 교육장이기도 해요. 그래서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닭을 키우는 마음가짐과 태도는 각별할 수밖에 없어요. 5년 전 내일학교 학생들과 자람도우미(교사)가 병아리 300마리를 들여와 처음 키울 때부터 “닭들에게 이로우면 사람에게도 이롭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어요. 지금은 2,500 ~ 3,000마리로 규모가 10배 가까이 커졌지만, 닭과 병아리를 친자식처럼 살뜰하게 보살피는 마음은 한결 같아요. 마음껏 뛰놀며 행복하게 자란 닭들이 낳은 달걀은 우리 아이들에게도, 사람에게도 좋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에요.
두세 달마다 갓 태어난 병아리를 들여와 육추장에서 키웁니다. 생후 1주일까지 병아리들은 매우 연약해서 급수 니플에서 떨어지는 물에 몸이라도 젖으면 바로 저체온증에 걸려 죽어요. 그런 병아리들을 발견하면 바로 온풍기로 말리고 손으로 심장마사지를 하고, 따뜻한 설탕물을 먹여 살려내요. 밤 기온이 서늘할 때는 저녁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교대로 병아리불침번을 서며 병아리들을 살피고요. 하지만 낮에는 육추장을 서늘하게 유지해서 봉화의 혹독한 겨울 추위를 견딜 수 있도록 단련시켜요. 이렇게 자란 병아리들은 영하 2도 ~ 영상 5도에서도 활발하게 뛰어다녀요. 어린 병아리 시기에 거친 현미를 먹여 내장을 튼튼하게 해주고, 성장시기에 예방접종과 백신 급수를 다 해주면 병에 걸리지 않는 건강한 성계로 자라나요.
닭살이장에는 수탉과 암탉이 가족을 빨리 이루어 사이좋게 살 수 있도록 횃대와 산란장, 먹이통을 배치해요. 수탉 1마리와 암탉들이 짝지어 그룹을 만들고, 몇 그룹이 횃대 1개를 집으로 하여 큰 무리를 이루는데 초란을 낳기 전에 가족만들기를 해주어야 닭살이장이 평온해져요.
건강한 닭들도 장마철이나 기온이 급변할 때는 힘들어하고 안 좋은 달걀이 나와요. 전혀 약을 쓰지 않으니까 이럴 때마다 통풍, 환기, 창문닫기를 해주고 영양제나 신선한 풀을 먹이면서 닭들의 컨디션을 회복시켜줘요. 평소에도 항상 암탉들의 몸통을 만져보고 벼슬, 발바닥, 항문을 살펴서 건강상태를 보고, 닭똥도 체크하고, 울음소리에도 신경을 써요.
성미경 농부님이 8월 28일에 직접 찍으신, 닭들의 모습입니다.
힘들더라도 지켜갈 거에요
내일학교농장이 시작된 지 5년차가 되지만 아직까지도 저희의 가장 큰 고민은 사육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거에요. 항생제가 들어가지 않은 자가사료를 만들어 먹이는 것, 매일 신선한 풀을 베어 먹이는 것, 산속의 미생물이 풍부한 부엽토를 채취해 먹이는 것, 닭살이장과 흙목욕장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데도 큰 비용이 들어가요. 사실 이 모든 것들을 인건비로 계산하면 아직 농장 살림은 적자죠.
내일학교농장을 하면서 참 많은 분들을 만났어요. 우리 가족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 건강하고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나누고 싶은 분들이에요. 이러한 믿음과 신뢰가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힘들더라도 저희는 닭들에게 이로운 환경과 먹이, 사육방식을 지켜갈 거에요. 살충제도, 항생제도 닭에게 해로운 것은 사람에게도 해롭습니다.
스스로 알고 선택한 소비자들은 흔들리지 않아요
소비자들도 많이 불안하겠지만 저라면 스스로 알아보고 믿고 먹겠어요. 먹거리에 너무 불안해하거나 고민을 많이 하지 말고, 내 스스로 알아보고 소신껏 선택해서 비싸도 좋은거 사먹으면 돼요. 결국 변화를 만드는 건 ‘구매’ 더라고요. 작은 농가든, 마르쉐@ 같은 시장에서든 직접 알아보고 직접 구매하시면 좋겠어요. 스스로 알고 신뢰하고 믿고 선택한 소비자들은 문제가 생겨도 흔들리지 않아요.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고 서로 신뢰하는 마켓이 많이 생기면 좋겠어요.
지금 문의가 급증하면서 달걀이 없어서 못팔아요. 그래도 9월부터는 초란을 들고 마르쉐@ 시장에 나가요. 크기는 좀 작아도 영양가가 높고 맛있는 초란 맛보러 오세요!
내일학교 농장 홈페이지에 실린 농장 풍경입니다.
인터뷰, 정리
마르쉐친구들
2017년 마르쉐@하반기 시장 일정
9월 16일 (토) 마르쉐@문화비축기지
9월 23일 (토) 마르쉐@성수
10월 8일 (일) 마르쉐@혜화
10월 21일 (토) 마르쉐@X다래기장터
10월 28일 (토) 마르쉐@성수
11월 12일 (일) 마르쉐@혜화
11월 25일 (토) 마르쉐@성수
12월 16일 (토) 마르쉐@ (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