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농가행 홍성 자연재배 벼농사 셔틀 vol.1 모내기 후기_”풀과 벌레와 함께 한 모내기”
풀과 벌레와 함께 한 모내기
‘올해, 논을 갈지 않는 벼농사를 처음 시도해 보려고요. 토종 조동지쌀을 손모내기하고 손으로 풀 베고, 손으로 수확하기 때문에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홍성에서 자연재배 농사를 짓는 이연진 농부의 말 한마디에서 자연재배 토종 조동지쌀을 함께 키우는 마르쉐@의 장대한 기획이 시작됐습니다.
6월 모내기를 시작으로 7월, 8월 두 번에 걸친 풀베기, 10월 수확까지의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경험하는 ‘마르쉐@농가행’, 함께 키운 햇조동지쌀을 요리해 맛보는 12월의 ’마르쉐@씨앗밥상 seed to table’까지 이어지는 일 년의 프로젝트.
함께 할 동지를 원하는 농부와 흔히 경험하지 못하는 자연재배 벼농사 과정을 배우고 그 맛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 그리고 홍성군농업기술센터의 도움으로 모든 환경이 갖추어졌습니다.
6월 20일, 첫 번째 과정인 모내기에는 재료에 관심이 많은 요리사, 자연재배 귀농을 꿈꾸는 예비농부들, 농과 음식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친구 따라 온 직장인, 그리고 마르쉐친구들까지 20명이 참여했어요.
서울에서 우리를 실은 버스가 도착한 곳은 홍성군 홍동면, 아름다운 초록빛 유기논이 펼쳐지는 풍경 한 가운데에 마른 풀색의 작은 빈땅 앞이었습니다. 물도 안 찬 마른 풀색 논의 독특한 모습에 놀랜 건 우리만은 아니었죠. 지나가는 모든 차들이 어김없이 이 논 앞에 서서 무엇을 하는 곳이냐고 물어보며 신기해 하면서 지나갑니다.
자연재배는 풀과 함께 짓는 농사라고도 할 수 있어요. 작년 벼수확 후에 볏짚이나 벼와 함께 키운 풀로 논을 덮은 뒤 뿌리가 깊이 들어가는 보리를 심어 경운 역할을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겨울 비에 보리는 녹아버렸다고 하네요. 농부들은 작년부터 미생물이 흙을 만들어주는 것을 조용히 기다렸습니다. 그래서 논에는 벤 풀과 벼뿌리가 가득 차 있는 거죠. 제초제를 뿌리지 않는 대신 물을 담아 풀의 성장을 방지하는 주변 유기재배 논과는 다르게, 자연재배 논에 물이 거의 없는 이유도 벼뿌리와 풀 사이 사이에 하나씩 구멍을 내고 거기에 모를 심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논에는 자연재배 농부와 도우러 온 농부들이 논 한구석에서 키운 모를 소분하면서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는 바로 농업용 방석과 장갑, 그리고 땅에 구멍을 내는 나무를 손에 쥐고 다같이 논으로 들어갔습니다.
900평 정도의 작은 논이기에 하루사이에 충분히 심겠다는 우리의 예상과 달리 하루종일 최선을 다해 일했지만 700평만 심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서울로 돌아와야만 했습니다. 점토질 논에 가득한 풀과 벼뿌리 사이에 하나 하나 구멍을 뜷어 모를 심어가는 자연재배 모내기는 함께 하는 사람들과 타이밍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고 상상이상의 체력이 소요되는 아주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논에 쭈그리고 앉아 흙을 바라보면서 묵묵히 손을 움직이는 시간이 지속될 수록 그 속에는 놀라운 발견과 즐거움이 가득했어요.
여러 사람이 함께 속도와 에너지를 맞추어가는 재미, 못줄잡이가 만들어내는 힘찬 리듬의 힘, 논 한 구석에서 키운 벼의 생명력이 주는 충격, 풀들의 다양함과 놀라운 뿌리의 깊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엄청 다양한 종류의 벌레들, 그리고 그들이 공존하는 평화로운 모습.
무엇보다 참과 밥이 주는 놀라운 힘! 이 날은 먹기 위해 홍성까지 간 느낌이 들 정도로 많이 먹고 마셨습니다. 한입 물면 온 몸에 퍼져가는 수박의 맑고 시원한 단맛, 마른 목을 기분 좋게 적시고 바로 에너지로 변하는 미숫가루와 떡, 김연화 농부의 홍성로컬재료로 만든 아름답고 맛난 점심과 자연재배 조동지 쌀 맛.
노동 후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얻는 기쁨과 순식간에 생기는 유대감까지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그리운 감각들을 다시 되찾은 느낌이었습니다.
‘기계를 쓰면 한 시간 만에 끝나는 일이지만, 힘겨운 노동을 했을 때 사람은 무언가를 배운다고 생각해요’
점심을 먹으면서 농부가 했던 이야기를 모내기가 끝낼 때 쯤에야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손을 움직이다 보면 눈에 들어오는 건 다양한 풀과 벌레와 흙, 하늘, 햇빛, 그리고 함께 호흡 맞추며 일하는 사람들. 새소리와 벌레 우는 소리, 바람소리에 못줄잡이의 힘 찬 목소리가 울러 퍼지는 그 속에 존재하는 아주 깊은 고요함. 마치 명상과 같은 텅 빈 생각들. 온 몸을 움직이는 노동이 주는 상쾌함과 뱃속에서 올라 오는 조용한 만족감.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가져다 주는 평화로움. 그 평화로움으로 몸과 마음이 채워져 몸은 피곤하지만 오히려 힘을 얻어 서울로 돌아 온 하루였습니다. 풀과 벌레와 작물을 함께 키우는 자연재배라는 농법을 몸과 마음으로 아주 조금은 이해하게 된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요즈음 자연재배 논에는 50마리, 100마리 단위의 야생오리가 찾아온다고 합니다. 풀이 벌레를 부르고 벌레가 다른 벌레와 개구리와 같은 파충류를 부르기도 하고, 그들을 먹는 새들이 찾아와 풍요로운 생태계가 생겨나 논을 건강하게 키워주는 거지요.
다양한 생명이 공생하는 논에서 우리가 심은 벼와 풀들이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7월 18일에 진행되는 마르쉐@농가행 두번째 투어 ’자연재배 풀베기’에서 함께 확인해 보시는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