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농가행 후기 벼의 춤과 노래
8월 29일 부드러운 늦여름 햇살 아래,
홍성자연재배 벼농사, 세 번째 시간인 풀베기를 다녀왔습니다.
전 달 다녀온 첫 번째 풀베기를 끝내고 한 달 뒤,
처음으로 경험해보는 논을 갈지 않는 논농사라 기대를 안했는데
정말 잘 자라고 있어 놀랍다는 농부님 소식을 듣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찾아간 홍성 이연진 농부와 임인환 농부의 자연재배 논.
눈앞에는 주변 유기재배 논과 전혀 다른 모습을 한 논이 펼쳐집니다.
벼로 가득 찬 주변 논과 달리 손으로 모를 심은 자연재배 논은 벼와 벼 사이의 간격이 넓고
그 사이에는 벼보다 낮은 풀이 빽빽하게 자라고 있었어요.
토종벼 조동지는 일반 벼보다 키가 커서 1미터 40센티 가까이 올라와 있고 일반 쌀보다 분열이 적어
키가 훨씬 더 커 보입니다. 한 줄만 심은 조동지보다 키가 더 크고 검정 이삭과 까락을 가진
찰벼 ‘흑갱’까지, 900평짜리 작은 자연재배 논만의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지요.
이날 모인 20명의 벼농사 참가자들이 한 손에 낫을 들고 논으로 들어 가 풀을 베기 시작했는데요,
키가 다 자란 벼 사이에서 허리를 굽혀가며 풀을 베다 보면 벼에 가려져서 서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풀 베는 내내 이야기가 이어진 지난 풀베기 때와 달리, 이번에는 벼와 풀과 내가 마주하는
고요한 노동의 시간. 한참 동안 눈에 들어오는 풀을 베다가 한숨 돌려 일어났을 때, 정말 아름다운 바람이 지나갔습니다. 아니 바람이 지나가는 것을 벼들이 몸의 흔들림과 소리로 알려 주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네요. 벼들이 바람에 맞추어 천천히, 작게 또는 크게,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앞으로 뒤로, 천천히 춤추듯이 움직였습니다. 흔들리면서 서로의 이삭이 조용히 스쳐 작은 소리를
만들어 내고, 흑갱 벼들 사이에 들어가 풀을 벨 때면 검정 까락이 또 다른 소리를 들려주기도 합니다.
토종 벼의 키 높이와 보를 심는 간격, 갈지 않는 흙, 홍성의 바람이 만들어내는 풍경.
바람의 속도, 바람의 감촉을 눈과 귀로 알려주는 자연재배 논이 만들어 내는 댄스와 음악.
그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다가 다시 풀을 베고 또 논을 바라보기를 반복하면서,
그 속에 존재함에 감사하는 마음이 채워지며 풀베기의 하루가 끝났습니다.
서울로 돌아가는 시간이 다가오면서부터는 그 풍경 속에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생기고,
요즈음에도 문뜩 벼의 댄스와 음악이 떠올라 다시 그 풍경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최근에 벼꽃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일이 있었습니다.
쌀 한 알 한 알의 아직 푸른 쌀겨가 열려 그 속에서 작은 흰색 벼꽃들이 한 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 사이에 피었다가 진다는… 벼꽃이 핀 뒤에 쌀이 맺히는 고마운 꽃,
아마도 이 땅에서 가장 많이 피는 꽃이라는 이야기였어요.
풀베기 때는 유심히 보지 못했지만 집에 돌아와 그날 사진을 찾아 보니까 벼꽃이 피고 있었네요.
자연재배 논 속에 들어가 벼의 춤과 음악 속에서 피고 지는 벼꽃의 시간을 온종일 바라보는 그런 하루를 보내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 보곤 합니다. 내년에는 그런 하루를 꼭 가져보리라 마음먹었어요.
농부님께서 오늘의 논 소식을 들려주셨습니다.
지금 쌀알이 많이 맺혀서 이삭이 기울어 쳐져 있어 논이 헝클어진 머리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답니다.
벼가 쓰러진 건 처음이라 하시는데요, 이건 농사가 잘 됐다는 뜻이랍니다.
부분별로 작년보다 잘 된 곳도 있고 안된 곳도 있어 논 안에서도 편차가 심해서,
얼마나 수확이 될지 벼를 베고 탈곡해 봐야지 알 수 있겠다고 하시네요.
첫 논을 갈지 않는 벼농사, 작년보다 많은 쌀이 나오면 그건 기적이랍니다.
10월 17일에 진행되는 벼농사 마지막 과정 ‘벼베기’는 벼를 베면서 동시에 탈곡을 진행한답니다.
어쩌면 17일에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겠지요?
함께 기적이 일어날지 확인하고 싶으신 분, 자연재배 벼베기와 탈곡과정을 경험해 보고 싶으신 분, 노동후의 맛난 밥을 드시고 싶으신 분, 햇 조동지쌀로 만든 떡을 드시고 싶으신 분(농부님께서 준비해 주신답니다), 10월의 홍성의 바람을 느끼고 싶으신 분… 홍성자연재배 벼농사 마지막 회 ‘벼베기와 탈곡’, 물론 이번만의 참가도 환영합니다. 함께 하실 분 신청해 주세요.
10월 17일의 홍성자연재배 논에는 또 어떤 풍경이 펼쳐져 있을지 지금부터 기대가 됩니다.
카페 수카라 김수향
[마르쉐@농가행] 홍성 잦연재배 벼농사셔틀 vol.4 자연재배 벼베기
<일시>
10월 17일(월) 7:30~20:00
<일정>
10월 17일(월) 아침 7시 반 합정역 출발 / 오후 8시쯤 합정역 도착
– 7시 반 합정역 출발
– 10시 자연재배 논 벼베기 시작
– 13시 논에서 점심 먹기
– 14시 자연재배 논 벼베기 최대한 끝까지 해보기
– 17시 홍성 출발
– 20시 합정 도착
<준비물>
*옷차림 : 긴바지 긴 팔, 편안한 장화 또는 신발, 모자, 편한복장으로 오시면 됩니다. 물이 빠져 있는 상태니 신발이나 장화는 꼭 신으셔야 합니다. 먼지가 묻을테니 갈아입을 옷 준비하시면 좋습니다.
<참가비>
15,000원 (왕복 차비, 점심/참 포함)
* 버스를 타지 않고 홍성으로 직접 오시는 분도 참가비는 동일합니다.
<신청방법>
1) 신청서를 작성합니다.
2) 국민은행 505202-04-100537 김송희 계좌로 15,000원을 입금합니다.
3) 입금이 확인되면 문자를 드립니다.
* 입금 후 확인이 바로 되지 않아 문자를 드리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립니다. 양해해 주세요! 🙂
<신청서 작성>
https://goo.gl/B2cGqQ